건강검진 결과표를 받아 들었을 때, 콜레스테롤 수치 옆에 찍힌 빨간색 화살표를 보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경험, 한 번쯤 있으시죠? 의사 선생님은 "고지혈증이네요" 혹은 "이상지질혈증입니다"라고 말씀하시는데, 두 단어가 비슷하면서도 다른 것 같아 고개를 갸웃거리게 됩니다. "내 피에 기름이 많다는 건 알겠는데, 그래서 뭐가 어떻게 안 좋다는 거지?" 하는 막막함이 밀려옵니다.
하지만 이 복잡해 보이는 용어들은 사실 우리 혈관 건강을 지키기 위한 중요한 신호등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이상지질혈증'은 '고지혈증'을 포함하는 훨씬 더 넓고 정확한 개념입니다. 핵심은 단순히 '나쁜 기름이 많은 상태'뿐만 아니라, '좋은 기름이 부족한 상태'까지 모두 포괄하는 혈액 속 지방의 '균형' 문제라는 점입니다. 지금부터 이 조용한 시한폭탄의 정체를 명확하게 알려드리겠습니다.
내 피 속의 네 명의 선수, 지질 4총사
이상지질혈증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 피 속에 떠다니는 네 종류의 '지질(지방)' 선수들을 알아야 합니다. 첫 번째는 '총콜레스테롤'로, 전체 콜레스테롤의 양을 의미합니다. 두 번째는 'LDL 콜레스테롤'로, 혈관 벽에 쌓여 동맥경화를 일으키는 주범이라 '나쁜 콜레스테롤'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세 번째는 'HDL 콜레스테롤'로, 반대로 혈관 벽에 쌓인 나쁜 콜레스테롤을 청소해 주는 착한 역할을 해 '좋은 콜레스테롤'이라 불립니다. 마지막은 '중성지방'으로, 우리가 섭취한 탄수화물이나 지방이 몸에 저장되는 형태로, 이 역시 너무 많으면 동맥경화의 원인이 됩니다. 우리 혈관의 건강은 바로 이 네 명의 선수들이 얼마나 균형을 잘 이루고 있느냐에 달려있습니다.
고지혈증 vs. 이상지질혈증, 무엇이 다를까?
과거에는 이 네 선수 중 '총콜레스테롤'이나 'LDL 콜레스테롤'처럼 나쁜 기름의 수치가 높은 상태만을 문제 삼아 '고지혈증(高脂血症)', 즉 혈액에 지방이 많다는 의미의 용어를 주로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연구가 계속되면서, 단순히 나쁜 기름이 많은 것뿐만 아니라, 우리 몸을 보호하는 '좋은 기름(HDL 콜레스테롤)'이 부족한 상태 역시 심혈관 질환의 위험을 높이는 매우 중요한 요인이라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따라서 '이상지질혈증(異常脂質血症)'이라는 새로운 이름이 등장하게 됩니다. 이는 혈액 속 지질에 '이상이 생긴 상태'라는 더 포괄적인 의미로, ① 나쁜 콜레스테롤(LDL)이 높거나, ② 중성지방이 높거나, ③ 좋은 콜레스테롤(HDL)이 낮은 경우 중 하나 이상에 해당하면 모두 이상지질혈증으로 진단합니다. 즉, 고지혈증은 이상지질혈증이라는 더 큰 우산 안에 포함되는 개념인 셈입니다.
조용한 시한폭탄, 왜 위험할까?
이상지질혈증이 정말 무서운 이유는 바로 '아무런 증상이 없다'는 점입니다. 혈액 속에 기름이 많다고 해서 우리가 느끼는 통증이나 불편함은 전혀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 몸속 혈관에서는 아주 심각한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넘쳐나는 나쁜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 찌꺼기들이 혈관 내벽에 차곡차곡 쌓여 혈관을 딱딱하고 좁게 만드는 '죽상동맥경화증'이 조용히 진행되는 것이죠.
마치 낡은 수도관에 녹이 슬고 이물질이 끼어 점점 좁아지는 것과 같습니다. 이렇게 좁아진 혈관은 언젠가 혈전(피떡)에 의해 완전히 막힐 수 있습니다. 만약 그 혈관이 심장으로 가는 관상동맥이라면 '심근경색', 뇌로 가는 뇌혈관이라면 '뇌졸중(뇌경색)'이라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이상지질혈증이 '소리 없는 살인자'라 불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숫자로 말하는 진단 기준
그렇다면 병원에서는 어떤 기준으로 이상지질혈증을 진단할까요? 보통 8시간 이상 금식 후 채혈하여 아래 4가지 항목을 검사하고, 이 중 하나라도 해당되면 진단합니다. (단위: mg/dL)
- 총콜레스테롤 ≥ 240
- LDL 콜레스테롤 ≥ 160
- 중성지방 ≥ 200
- HDL 콜레스테롤 < 40
다만, 이 기준은 절대적인 것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당뇨병이나 고혈압, 심장질환의 병력이 있는 '고위험군' 환자의 경우에는 훨씬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여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100, 심지어는 70 미만으로 조절하도록 권고합니다. 따라서 가장 확실한 해결책은 검사 결과표의 숫자만 보지 말고, 반드시 의사와 상담하여 자신의 위험도에 맞는 관리 목표를 설정하는 것입니다.
치료의 핵심, '생활 습관 개선'이 먼저다
이상지질혈증 진단을 받았다고 해서 바로 약을 먹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대부분의 경우, 치료의 첫걸음이자 가장 중요한 핵심은 바로 '생활 습관 개선'입니다. 약은 수치를 조절해 줄 뿐,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해 주지는 못하기 때문입니다.
포화지방과 트랜스지방이 많은 튀긴 음식, 가공육, 과자 섭취를 줄이고, 등 푸른 생선, 견과류, 채소와 과일 섭취를 늘리는 '건강한 식단'으로 바꾸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또한,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은 나쁜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을 낮추고, 좋은 콜레스테롤을 높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이와 함께 '금연'과 '절주'는 혈관 건강을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할 약속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콜레스테롤이 높으면 무조건 고기나 계란을 먹으면 안 되나요?
A. 이는 대표적인 오해입니다. 우리 몸의 콜레스테롤은 음식으로 섭취하는 것보다 간에서 스스로 만들어내는 양이 훨씬 더 많습니다. 따라서 특정 음식을 무조건 피하기보다는, 전체적인 칼로리 섭취를 줄이고 포화지방과 트랜스지방을 건강한 불포화지방으로 대체하는 균형 잡힌 식단 관리가 더 중요합니다.
Q. 마른 사람도 이상지질혈증에 걸릴 수 있나요?
A. 네,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비만이 중요한 위험 요인인 것은 맞지만, 유전적인 요인이나 식습관, 운동 부족 등으로 인해 마른 체형임에도 불구하고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경우가 많습니다. '마른 비만' 역시 경계해야 합니다.
Q. 약을 한번 먹기 시작하면 평생 먹어야 하나요?
A. 고혈압이나 당뇨병처럼 꾸준한 관리가 필요한 만성 질환으로 이해하는 것이 좋습니다. 약물 복용과 함께 철저한 생활 습관 개선을 통해 수치가 안정적으로 조절된다면 의사와의 상담 하에 약을 줄이거나 잠시 중단해 볼 수는 있지만, 임의로 중단해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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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정보 및 도움이 되는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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