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혈증’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보통 중장년층의 질병이라고만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기름진 음식과 잦은 배달 음식, 부족한 운동량에 익숙해진 현대 사회에서, 이 ‘소리 없는 암살자’는 더 이상 어르신들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놀랍게도 30대, 심지어 20대에서도 고지혈증 진단을 받는 경우가 급격히 늘고 있습니다.
가장 무서운 점은 고지혈증이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처럼 치명적인 합병증을 일으키기 전까지, 거의 아무런 증상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 몸은 완전히 침묵하지만은 않습니다. 혈관에 기름이 쌓이기 시작할 때, 아주 미세한 ‘경고 신호’들을 보내곤 합니다. 핵심은 이 사소해 보이는 전조증상들을 놓치지 않고, 내 몸의 변화에 귀를 기울이는 것입니다.
고지혈증, 혈관 속의 시한폭탄
먼저 고지혈증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고지혈증은 우리 혈액 속에 나쁜 콜레스테롤(LDL 콜레스테롤)이나 중성지방 같은 기름 성분이 필요 이상으로 많아진 상태를 말합니다. 이 넘쳐나는 기름 찌꺼기들이 혈관 벽에 차곡차곡 쌓이면, 혈관은 점점 좁아지고 딱딱해지는 ‘동맥경화’가 진행됩니다.
이는 마치 오래된 수도관 안에 녹이 슬고 이물질이 끼어 물의 흐름을 방해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 시한폭탄 같은 기름 덩어리가 심장 혈관을 막으면 심근경색, 뇌혈관을 막으면 뇌졸중이라는 끔찍한 결과를 낳게 됩니다. 따라서 젊을 때부터 혈관 건강을 관리하는 것은, 미래의 나를 위한 가장 확실한 투자입니다.
눈꺼풀에 생긴 노란 점, '황색판종'
고지혈증이 보내는 가장 눈에 띄는 신호 중 하나는 바로 눈꺼풀 주변에 생기는 노란색의 작은 덩어리입니다. 이를 ‘황색판종(Xanthelasma)’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혈액 속을 떠다니던 과도한 지방 성분이 피부의 약한 부위에 쌓여 생긴 것입니다. 통증은 없지만, 한번 생기면 자연적으로 사라지지 않습니다.
물론 황색판종이 있다고 해서 100% 고지혈증인 것은 아니지만, 많은 경우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다는 강력한 신호일 수 있습니다. 만약 눈꺼풀 주변에 이런 노란색 반점이나 덩어리가 보인다면, 미용적인 문제를 넘어 내 혈관 건강에 이상이 생겼을지 모른다는 경고로 받아들이고, 반드시 병원을 찾아 혈액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현명합니다.
아킬레스건이 두꺼워진다면, '황색종'
우리 몸의 다른 부위에도 비슷한 경고 신호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특히 발목 뒤쪽의 ‘아킬레스건’이 예전보다 뚜렷하게 두꺼워지거나, 손등이나 무릎, 팔꿈치 등에 통증 없는 노란색 결절이 만져진다면 ‘황색종(Xanthoma)’을 의심해 봐야 합니다.
황색종 역시 황색판종과 마찬가지로, 혈액 속의 과도한 지방이 힘줄이나 피부 아래에 쌓여 만들어진 덩어리입니다. 특히 가족 중에 고지혈증 환자가 있는 ‘가족성 고지혈증’ 환자에게서 잘 나타나는 특징적인 증상입니다. 신발을 신을 때 아킬레스건 부위가 불편하거나, 만져지는 덩어리가 있다면 가볍게 여기지 말고 전문의의 진찰을 받아야 합니다.
이른 나이의 흰 머리카락, '새치'도 신호?
의외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30대 이전의 이른 나이에 나타나는 흰 머리카락, 즉 ‘새치’ 역시 혈관 건강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습니다. 물론 새치의 가장 큰 원인은 유전과 스트레스이지만, 동맥경화와의 연관성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혈관에 콜레스테롤이 쌓여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으면, 두피의 모낭까지 충분한 혈액과 영양이 공급되기 어려워집니다. 이로 인해 멜라닌 색소를 만드는 세포의 기능이 저하되어, 머리카락이 하얗게 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다른 사람에 비해 유독 새치가 빨리, 그리고 많이 생겼다면 혈관 건강 상태를 한번쯤 점검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가장 확실한 방법, '정기적인 혈액 검사'
앞서 언급한 증상들은 고지혈증의 가능성을 알려주는 신호일 뿐, 절대적인 진단 기준은 아닙니다. 고지혈증을 진단하는 가장 확실하고 유일한 방법은 바로 ‘혈액 검사’입니다. 8시간 이상 금식한 뒤 간단한 채혈만으로, 총콜레스테롤, LDL 콜레스테롤, HDL 콜레스테롤, 중성지방 수치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특별한 증상이 없더라도, 20세 이상의 성인이라면 국가 건강검진 등을 통해 주기적으로 혈액 검사를 받아 자신의 혈관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소리 없는 암살자’로부터 나를 지키는 최고의 해결책은, 바로 ‘미리 알고 대비하는 것’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마른 사람도 고지혈증에 걸릴 수 있나요?
A. 네, 그렇습니다. 고지혈증은 단순히 뚱뚱한 사람에게만 생기는 병이 아닙니다. 과체중이 위험 요인인 것은 맞지만, 유전적인 요인, 식습관, 운동 부족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마른 체형에서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습니다. 체형과 상관없이 누구나 안심해서는 안 됩니다.
Q. 고지혈증 약은 한 번 먹으면 평생 먹어야 하나요?
A.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약물 치료와 함께, 식습관 개선과 규칙적인 운동을 병행하여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 범위 내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면, 의사와의 상담을 통해 약을 줄이거나 중단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임의로 약을 끊는 것은 매우 위험하므로, 반드시 전문의의 지시에 따라야 합니다.
Q. 고지혈증 예방에 좋은 음식은 무엇인가요?
A. 가장 중요한 것은 포화지방과 트랜스지방 섭취를 줄이는 것입니다. 튀긴 음식이나 가공식품 대신, 등푸른생선, 견과류처럼 몸에 좋은 불포화지방산을 섭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채소와 과일, 통곡물에 풍부한 식이섬유는 콜레스테롤을 몸 밖으로 배출하는 데 도움을 주므로 충분히 섭취해야 합니다.
추가 정보 및 도움이 되는 자료
- 고지혈증 "초기증상 몸에 이것부터 나옵니다" 확인하세요 - Daum
아킬레스건 두꺼워짐, 눈 주위 지방 침착, 소화불량, 손끝 저림·발 붓기 등 30대에 나타날 수 있는 고지혈증의 전조증상과 신체 변화 사례를 구체적으로 안내합니다. - 고지혈증 초기증상, 정말 아무 증상도 없을까요? - yssb.co.kr
몸이 무겁고 쉽게 피로해지거나, 식후 복부팽만·더부룩함, 눈꺼풀·피부에 황색종(지방 침착), 숨이 차는 느낌 등 고지혈증의 초기 신호와 점검 포인트를 설명합니다. - 술도 안 마시고 고기도 안 먹는데 고지혈증이라고? - 하이닥 뉴스
30대에서도 가족력이나 체질에 따라 고지혈증이 나타날 수 있으며, 각막 주변부 회색빛, 눈꺼풀 지방 축적, 흉통(협심증) 등 젊은 층에서 주의해야 할 전조증상을 다룹니다. - 고지혈증 순환기내과 홍영준 교수 - 화순전남대학교병원
눈꺼풀·손등·무릎에 황색종, 각막 가장자리 백색띠, 아킬레스건 두꺼워짐 등 육안으로 확인 가능한 전조증상과 30대 유병률, 방치 시 위험성까지 자세히 안내합니다. - 참기 힘든 야식의 유혹, 젊은 고지혈증 환자 늘렸다! - 후생신보
고지혈증 초기에는 뚜렷한 증상이 없지만, 심장·목 뒷덜미 찌릿함, 아킬레스건 볼록해짐 등 신호가 나타날 수 있으며, 방치 시 동맥경화·심혈관질환 위험이 커진다는 점을 강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