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정용 혈압계의 ‘삑삑’ 소리가 멈춘 뒤, 액정 화면에 나타난 두 개의 숫자. 135/85mmHg. 이 숫자를 처음 마주했을 때, 저는 덜컥 겁부터 났습니다. 정상 혈압은 120/80이라고 어렴풋이 알고 있었는데, 그보다 높은 숫자에 ‘나도 이제 약을 먹어야 하나?’, ‘뭐가 문제인 걸까?’ 하는 온갖 걱정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습니다.
하지만 불안한 마음에 무작정 병원으로 달려가기 전, 저는 이 숫자들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혈압계가 보여주는 숫자는 당신의 건강 성적표가 아닙니다. 이는 당신의 혈관 건강 상태를 알려주는 ‘신호등’이며, 이 신호등을 읽는 법만 제대로 안다면, 우리는 더 큰 위험을 막고 건강한 삶의 운전대를 다시 잡을 수 있습니다.
두 개의 숫자, 심장이 보내는 숨소리


이 신호등을 제대로 읽기 위해선, 먼저 두 숫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부터 알아야 합니다. 혈압계에 표시되는 앞쪽의 높은 숫자(수축기 혈압)는 우리 몸의 엔진인 심장이 ‘쿵!’ 하고 피를 가장 강하게 짜낼 때 혈관이 받는 압력을, 뒤쪽의 낮은 숫자(이완기 혈압)는 심장이 잠시 ‘휴~’ 하고 쉬면서 피를 다시 채울 때 혈관에 남는 가장 약한 압력을 의미합니다.
이 두 개의 숫자는 우리 심장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또 얼마나 힘들게 일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정직한 지표입니다. 이 숫자의 균형을 이해하는 것이 바로 내 몸의 혈관 건강을 지키는 가장 첫 번째 단계이자 가장 중요한 열쇠입니다.
가장 편안한 초록불, 정상 혈압


우리 몸의 혈관이 가장 편안하고 이상적인 상태에 있음을 알려주는 초록불 신호는 바로 ‘수축기 120mmHg 미만 그리고(&) 이완기 80mmHg 미만’입니다. 대한고혈압학회에서 제시하는 이 기준은, 심장이 무리하지 않으면서도 우리 몸 구석구석까지 혈액을 원활하게 공급하고 있다는 가장 건강한 상태를 의미합니다.
만약 당신의 혈압이 이 범위에 속한다면, 크게 걱정할 필요 없이 지금의 건강한 생활 습관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이것이야말로 내 몸이 보내는 가장 기분 좋은 칭찬이자, 앞으로도 계속 지켜나가야 할 소중한 자산입니다.
주의가 필요한 노란불, 경계 혈압


이제부터는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노란불 신호입니다. 수축기 혈압이 120~139mmHg 사이거나, 이완기 혈압이 80~89mmHg 사이에 해당된다면, 우리는 이를 ‘고혈압 전단계’ 또는 ‘주의 혈압’이라고 부릅니다. 이는 아직 질병은 아니지만, 빨간불인 ‘고혈압’으로 나아가기 직전의 매우 중요한 경고 신호입니다.
이 단계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아주 명확합니다. 바로 약에 의존하기 전에, 생활 습관을 개선할 마지막 ‘골든타임’을 잡는 것입니다. 식단을 조금 더 싱겁게 바꾸고, 꾸준한 운동을 시작하며, 정상 체중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바로 이 노란불을 다시 초록불로 되돌릴 수 있는 가장 확실한 해결책이 됩니다.
멈춤이 필요한 빨간불, 고혈압


만약 혈압계의 숫자가 ‘수축기 140mmHg 이상 또는(or) 이완기 90mmHg 이상’을 지속적으로 가리킨다면, 이는 즉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빨간불’ 신호, 즉 ‘고혈압’입니다. 고혈압이 무서운 이유는, 그 자체로는 별다른 증상이 없다가 어느 날 갑자기 뇌졸중이나 심근경색 같은 치명적인 합병증을 일으키는 ‘침묵의 살인자’이기 때문입니다.
이 단계에서는 혼자서 해결하려 해서는 안 됩니다. 반드시 병원을 방문하여 의사의 정확한 진단을 받고, 생활 습관 개선과 함께 필요한 경우 약물 치료를 병행해야 합니다. 약을 먹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의사의 처방에 따른 꾸준한 약물 복용은 망가진 신호등을 수리하여 더 큰 사고를 막는 가장 안전한 방법입니다.
연료 부족 신호등, 저혈압


반대로, 혈압계의 숫자가 너무 낮게 나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수축기 90mmHg 미만 그리고(&) 이완기 60mmHg 미만’일 때를 ‘저혈압’이라고 하지만, 고혈압과 달리 이는 절대적인 기준이 아닙니다.
저혈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숫자가 아닌 ‘증상’입니다. 아무런 불편함이 없다면 이는 오히려 건강 체질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앉았다 일어설 때 핑 도는 어지럼증(기립성 저혈압), 만성적인 피로감, 무기력증 등의 증상이 동반된다면, 이는 우리 몸의 연료가 부족하다는 신호일 수 있으므로 충분한 수분과 영양 섭취, 규칙적인 생활 습관을 통해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혈압은 잴 때마다 조금씩 다른데, 어떤 수치를 믿어야 하나요?
A. 혈압은 측정하는 시간, 몸의 상태, 감정 등에 따라 수시로 변하는 것이 정상입니다. 가장 정확한 혈압은 아침에 일어나 소변을 본 뒤, 1~2분간 안정을 취한 상태에서 측정하는 것입니다. 하루 중 다른 시간대에 여러 번 측정했다면, 그 평균값을 자신의 혈압으로 생각하는 것이 좋습니다.
Q. 수축기 혈압은 높은데 이완기 혈압은 정상이에요. 괜찮을까요?
A. 이를 ‘수축기 단독 고혈압’이라고 하며, 주로 노년층에서 동맥경화로 인해 혈관의 탄력이 떨어졌을 때 많이 나타납니다. 이완기 혈압이 정상이더라도 수축기 혈압이 높다면, 고혈압에 준하여 관리해야 하므로 반드시 의사와 상담이 필요합니다.
Q. 저혈압은 병원에 안 가도 되나요?
A. 어지럼증, 실신 등의 증상이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심하거나, 갑자기 발생했다면 다른 질환이 원인일 수 있으므로 병원을 방문하여 정확한 원인을 찾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노년층의 경우, 기립성 저혈압으로 인한 낙상 사고는 매우 위험할 수 있어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합니다.
정상 저혈압수치, 어디까지 괜찮을까? 90/60 이하일 때 대처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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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압을 쟀는데 90/60mmHg보다 낮게 나와 덜컥 겁을 먹으신 적 있으신가요? 고혈압이 위험하다는 말은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었는데, 반대로 너무 낮은 수치는 괜찮은 건지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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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정보 및 도움이 되는 자료
- 고혈압? 저혈압? 정상혈압 범위와 관리 방법 - 대한고혈압학회 공식 블로그
정상혈압은 120/80mmHg 미만, 고혈압은 140/90mmHg 이상이며 저혈압은 90/60mmHg 이하로 구분합니다. - 고혈압과 저혈압 증상, 혈압 정상범위 알아보기 - 서울DMC종합검진센터
수축기 혈압 120mmHg 이하와 이완기 80mmHg 이하가 정상, 140/90mmHg 이상이면 고혈압, 90/60mmHg 이하가 저혈압입니다. - 혈압 - 서울아산병원 공식정보
정상, 주의, 전단계, 1·2기 고혈압, 수축기 단독고혈압, 저혈압 등 국내 기준 수치를 정리한 표를 볼 수 있습니다. - 진단 기준 - 한국고혈압관리협회
정상, 고혈압 전단계, 고혈압 1·2기, 진료실 및 가정혈압 등 기준별 수치를 표로 정리해 한눈에 참고 가능합니다. - 고혈압과 저혈압, 무엇이 더 위험한가? -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최근 미국 기준은 130/80mmHg 이상도 고혈압으로 정의할 수 있으며, 저혈압은 90/60mmHg보다 낮을 때로 안내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