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날부턴가, 사랑하는 부모님의 손이 아주 미세하게 떨리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글씨를 쓸 때 예전 같지 않고, 표정이 조금 굳어진 듯한 느낌. 처음에는 그저 나이가 들어 그러려니, 기운이 없어서 그러려니 애써 외면했습니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의 불안함은 쉽게 가시지 않았죠.
많은 분이 파킨슨병이라는 말을 들으면, 그저 ‘몸이 떨리고 굳는 병’ 정도로 막연하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왜’ 그런 증상이 나타나는지에 대해서는 거대한 벽을 마주한 듯 막막해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파킨슨병은 우리 뇌 속 아주 특정 부위의 ‘공장’이 서서히 문을 닫으면서 시작되는 이야기입니다. 이 공장에서 만들던 아주 중요한 ‘메신저’가 부족해지면서, 우리 몸의 움직임에 브레이크가 걸리는 것입니다.
우리 뇌 속, 부드러운 움직임의 지휘자


우리가 팔을 뻗어 컵을 잡고, 다리를 움직여 걷는 이 모든 자연스러운 행동은 사실 우리 뇌의 아주 정교한 지휘 아래 이루어집니다. 뇌는 수많은 신경세포를 통해 우리 몸의 근육들에게 “움직여!”, “멈춰!” 와 같은 명령을 쉴 새 없이 보내는 거대한 컨트롤 타워와 같습니다.
특히 우리 몸이 로봇처럼 삐걱거리지 않고, 물 흐르듯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움직이도록 조율하는 특별한 지휘자가 있습니다. 이 지휘자가 제 역할을 해야만, 우리는 생각하는 대로 정확하고 세밀한 동작을 할 수 있습니다. 파킨슨병은 바로 이 훌륭한 지휘자에게 문제가 생기면서 시작됩니다.
사라지는 ‘윤활유’, 도파민


우리 뇌 속의 그 훌륭한 지휘자의 이름은 바로 ‘도파민(Dopamine)’이라는 신경전달물질입니다. 도파민은 아주 쉽게 말해, 우리 몸의 움직임을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윤활유’와 같은 역할을 합니다. 기계의 톱니바퀴 사이에 윤활유를 쳐야 뻑뻑하지 않고 매끄럽게 돌아가는 것처럼, 우리 근육과 신경 사이에도 도파민이라는 윤활유가 충분해야 움직임이 자연스러워집니다.
만약 이 윤활유가 부족해지면 어떻게 될까요? 기계가 녹슬어 삐걱거리듯, 우리 몸의 움직임은 점점 뻣뻣해지고(경직), 느려지며(서동증), 가만히 있어도 떨리는(안정 시 떨림) 증상이 나타나게 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왜 이 중요한 윤활유가 부족해지는지를 알아야만 합니다.
가동을 멈춘 공장, 흑질


그렇다면 이 중요한 ‘도파민 윤활유’는 우리 뇌 어디에서 만들어지는 걸까요? 바로 뇌 깊숙한 곳에 있는 ‘흑질(Substantia nigra)’이라는 아주 작은 부위입니다. 이곳은 바로 도파민을 만들어내는 수많은 신경세포들이 모여 있는, 우리 몸의 ‘도파민 공장’인 셈입니다.
파킨슨병은, 바로 이 흑질이라는 공장의 신경세포들이 알 수 없는 이유로 점차 죽어가면서 발생하는 질환입니다. 공장의 일꾼들이 하나둘씩 사라지니, 당연히 도파민 생산량은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증상이 처음 나타날 때쯤에는 이미 이 공장의 50~70%가 가동을 멈춘 상태라고 하니, 우리 몸이 얼마나 오랫동안 홀로 버텨왔는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그렇다면, 이 공장은 왜 고장 나는 걸까?


이제 가장 근본적인 질문이 남았습니다. “도대체 왜, 이 흑질의 신경세포들은 죽어가는 걸까요?” 안타깝게도 현대 의학은 아직까지 그 명확한 ‘단 하나의 원인’을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파킨슨병은 감기처럼 특정 바이러스 하나 때문에 생기는 병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현재까지 학계에서는 몇 가지 유력한 ‘용의자’들을 지목하고 있습니다. 일부 유전적인 요인, 특정 농약이나 화학물질 같은 환경적인 요인, 그리고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자연스럽게 세포가 약해지는 노화 과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이 도파민 공장을 서서히 멈추게 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즉, 한 가지 이유가 아닌 여러 가지 요인이 겹쳐서 발생하는, 매우 복잡한 과정의 결과인 셈입니다.
절대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이처럼 원인이 복잡하고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아주 중요한 한 가지를 말해줍니다. 바로 파킨슨병은 결코 특정 개인의 잘못된 생활 습관이나 노력 부족 때문에 생기는 병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내가 무언가를 잘못해서 이런 병에 걸렸나”라는 자책감은 병을 이겨내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왜’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통해, 우리는 ‘어떻게’라는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도파민이 부족해서 생기는 문제이니, 부족한 도파민을 약물로 보충해주거나, 그 기능을 최대한 오래 유지하도록 돕는 치료를 통해 증상을 조절하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습니다. 원인을 이해하는 것은, 절망이 아닌 희망적인 치료의 시작점이 되어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파킨슨병은 유전되나요?
A. 전체 파킨슨병 환자의 약 5~10% 정도만이 유전적인 원인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대부분의 환자(90% 이상)는 특별한 가족력 없이 발생하는 ‘산발성 파킨슨병’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가족 중에 환자가 있다고 해서 반드시 유전되는 것은 아닙니다.
Q. 파킨슨병은 치매와 같은 병인가요?
A. 아닙니다. 파킨슨병은 주로 움직임에 문제가 생기는 ‘운동 질환’이고, 알츠하이머 치매는 주로 기억력에 문제가 생기는 ‘인지기능 질환’으로, 시작되는 뇌 부위와 주된 증상이 다릅니다. 다만, 파킨슨병이 오래 진행될 경우 일부 환자에게서 인지기능 저하가 동반될 수는 있습니다.
Q.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A. 아직까지 파킨슨병을 100% 예방할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꾸준한 운동, 건강한 식습관, 그리고 스트레스 관리가 뇌 건강을 전반적으로 증진시켜 병의 위험을 낮추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들이 있습니다.
파킨슨병증상 초기 단계에서 가장 먼저 나타나는 주요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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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킨슨병과 다른 루게릭병, 떨림과 근육 위축의 결정적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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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정보 및 도움이 되는 자료
- 파킨슨병 환자 뇌세포, 자꾸 사라지는 이유는? - 코메디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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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저핵의 도파민 생성 신경세포 파괴로 떨림, 운동 저하 등이 나타나며 레비 소체 축적이 병리학적 특징입니다. - [파킨슨병] 3편: 도파민 경로와 병리학 연구 -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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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뇌 흑질 도파민 신경세포 파괴로 기저핵 기능 저하, 비운동 증상까지 일으키는 퇴행성 질환입니다. - 파킨슨병 [Parkinson disease] | 건강정보 - 세브란스병원
도파민 결핍과 알파시누클레인 단백질 응집으로 운동 및 비운동 증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