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다른 사람의 감정을 잘 읽지 못하고 자기 관심사에만 푹 빠져있는데… 혹시 아스퍼거 증후군일까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인기로 인해, 이전에는 낯설었던 '자폐 스펙트럼'이라는 단어가 우리에게 한결 가까워졌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아스퍼거 증후군'과 '자폐 스펙트럼' 사이에서 어떤 차이가 있는지 혼란스러워하는 분들도 많아졌죠.
"둘 다 비슷한 것 같은데, 왜 다르게 부르는 거지?" 하는 궁금증이 드실 겁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아스퍼거 증후군'은 이제 공식적인 진단명에서는 사라졌지만, '자폐 스펙트럼'이라는 큰 우산 속에 있는 특별한 특징을 설명하기 위해 여전히 사용되는 '개념'입니다. 오늘, 이 두 용어의 관계와 그 결정적인 차이점을 명확하게 알려드리겠습니다.
자폐, 하나의 색이 아닌 '무지개'
과거에는 '자폐증'이라고 하면 모두 똑같은 모습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수많은 연구를 통해, 자폐적 특성은 마치 무지개처럼 아주 다양한 색깔과 형태로 나타난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어떤 사람은 아주 약간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어떤 사람은 평생에 걸쳐 집중적인 지원이 필요한 것처럼, 그 정도와 양상이 사람마다 모두 다르다는 것이죠.
이처럼 자폐적 특성이 단 하나의 점이 아닌, 넓은 '연속선(Spectrum)' 위에 존재한다는 의미에서, 이제 의학계에서는 '자폐증'이라는 단일한 진단 대신 '자폐 스펙트럼 장애(Autism Spectrum Disorder, ASD)'라는 더 포괄적인 용어를 사용합니다. 즉, 아스퍼거 증후군 역시 이 거대한 무지개 안에 포함된 하나의 특별한 색깔인 셈입니다.
결정적 차이 1: '언어 발달'의 속도
그렇다면 이 무지개 안에서, 과거에 '아스퍼거 증후군'이라고 불렸던 사람들을 구분 짓는 가장 큰 특징은 무엇이었을까요? 바로 '어린 시절의 언어 발달'입니다. 전형적인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아이들은 보통 생후 2~3세 경에 뚜렷한 '언어 발달 지연'을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엄마", "아빠" 같은 간단한 단어를 말하는 시기가 늦거나, 아예 말을 하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이죠.
하지만 아스퍼거 증후군으로 분류되었던 아이들은, 이와는 정반대로 어린 시절에 언어 발달 지연이 거의 나타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또래보다 더 빨리 말을 시작하거나, 아이답지 않게 어려운 단어를 사용하는 등 정상적이거나 뛰어난 언어 능력을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정상적인 초기 언어 발달'이 바로 두 그룹을 나누는 가장 중요한 역사적 기준점이었습니다.
결정적 차이 2: '지능'의 차이
언어 발달과 함께 나타나는 또 다른 중요한 차이점은 바로 '지적 능력'입니다. 전형적인 자폐 스펙트럼의 경우, 약 70% 정도가 지적 장애를 동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학습이나 일상생활 전반에 걸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죠.
반면에 아스퍼거 증후군으로 불렸던 사람들은, 평균적이거나 평균 이상의 지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일반 학교에 다니며 학업을 수행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히려 특정 분야, 예를 들어 수학이나 과학, 컴퓨터 프로그래밍처럼 논리적이고 체계적인 분야에서 보통 사람들을 뛰어넘는 아주 천재적인 재능을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사회성'의 어려움은 같다
이처럼 언어와 지능에서는 뚜렷한 차이를 보이지만, 이 두 그룹은 한 가지 공통적인 어려움을 공유합니다. 바로 '사회적 상호작용'의 어려움입니다. 다른 사람의 표정이나 말투에 담긴 미묘한 감정을 읽어내거나, 농담이나 비유적인 표현을 이해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습니다.
마치 외국어를 배우듯, 사회적 규칙과 눈치를 의식적으로 학습해야만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셈이죠. 또한, 자신이 좋아하는 특정 주제에만 강박적으로 몰두하여, 다른 사람들은 관심도 없는 공룡이나 기차 이야 기를 끝없이 늘어놓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사회성의 결여는, 지능이나 언어 능력과는 별개로 나타나는 자폐 스펙트럼의 핵심적인 특징입니다.
왜 '아스퍼거 증후군'이라는 이름이 사라졌을까?
그렇다면 왜 이제는 공식적으로 '아스퍼거 증후군'이라는 진단명을 사용하지 않는 걸까요? 이는 '어디까지가 아스퍼거이고, 어디부터가 자폐인가' 하는 경계를 나누는 것이 사실상 무의미하고, 오히려 불필요한 낙인을 찍을 수 있다는 의학계의 반성 때문입니다.
결국 언어 지연이 있었든 없었든, 지능이 높든 낮든, 이들이 겪는 근본적인 어려움은 '사회적 소통의 어려움'이라는 같은 뿌리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인정한 셈입니다. 따라서 이제는 이들을 따로 구분하지 않고, '도움이 필요한 수준'에 따라 개인별로 맞춤형 지원을 제공하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라는 하나의 큰 틀 안에서 이해하려는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드라마 속 '우영우'는 그럼 어떤 경우에 해당하나요?
A. 우영우 변호사는 어린 시절 언어 발달이 늦었지만, IQ가 매우 높고 특정 분야(법률)에 천재적인 재능을 보이는 특징을 가졌습니다. 이는 과거의 진단 기준으로는 딱 떨어지게 분류하기 어려운, 말 그대로 '스펙트럼'의 개념을 아주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성인이 되어서도 진단받을 수 있나요?
A. 네, 가능합니다. 어린 시절에는 문제가 드러나지 않다가, 복잡한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대인관계의 어려움을 느끼고 뒤늦게 자신이 자폐 스펙트럼 성향을 가졌다는 것을 알게 되는 성인들이 늘고 있습니다.
Q. 치료가 가능한가요?
A. 자폐 스펙트럼은 '치료'의 대상이 아닌, '이해'와 '지원'의 대상입니다. 이들은 병에 걸린 것이 아니라, 세상을 인식하고 소통하는 방식이 조금 다른 것뿐입니다. 사회성 기술 훈련이나 언어 치료, 감각 통합 치료 등 개인의 어려움에 맞는 교육과 훈련을 통해, 사회의 일원으로 충분히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추가 정보 및 도움이 되는 자료
- 아스퍼거 증후군(Asperger disorder) | 질환백과 | 의료정보 - 서울아산병원
아스퍼거증후군은 자폐스펙트럼에 속하지만 언어·인지발달 지연이 거의 없고 사회성·행동상 한정적 문제로 구분됩니다. - (의학칼럼)아스퍼거증후군도 자폐증인가요? 어떤 차이인가요? - 뉴스토마토
아스퍼거증후군은 언어 발달이 비교적 정상에 가까운 반면, 자폐스펙트럼장애는 대개 언어·사회성 지연이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 아스퍼거 증후군 VS 자폐증 차이점은? - 유튜브
아스퍼거증후군은 말을 잘하고 지능이 보존되지만, 자폐스펙트럼 중 다른 형태는 언어나 인지지연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 아스퍼거 증후군 - 나무위키
아스퍼거는 지적 장애·언어 장애 없이 사회성·반복행동 특성만 가진 자폐스펙트럼 장애로 공식 진단명에서 통합 적용된 상태입니다. - 자폐증, 아스퍼거 증후군, 서번트은 어떻게 다를까? - 메디포뉴스
아스퍼거는 의사소통은 가능하지만 정서교감이 부족하고, 자폐증은 대인관계·언어·인지 전반 지연이 더 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