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핵은 아닌데, 결핵과 비슷한 균이 폐에 살고 있습니다. 앞으로 1년 반에서 2년 동안 매일 약을 드셔야 합니다." 의사 선생님의 청천벽력 같은 말에 눈앞이 캄캄해지는 경험. 바로 '비결핵항산균 폐질환(NTM)' 진단을 받은 많은 분들이 겪는 현실입니다. 한두 달도 아니고, 무려 2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매일 한 움큼의 독한 약을 먹어야 한다는 사실에, 치료를 시작하기도 전에 지레 겁부터 먹게 되죠.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그 길고 힘든 여정을 완주하는 열쇠는 약의 효능을 믿는 것만큼이나, 약이 주는 '부작용'을 얼마나 지혜롭게 다스리느냐에 달려있습니다.
이 글은 의사의 관점이자, 수많은 환자분들과 함께 이 길을 걸어온 경험자로서, 여러분이 겪을 수 있는 힘든 과정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리고, 중도 포기 없이 건강을 되찾을 수 있도록 돕는 가장 현실적이고 따뜻한 노하우 안내서입니다.
이 지독한 균, 왜 이렇게 오래 싸워야 할까?
우선 우리가 상대해야 할 '적'의 정체부터 알아야 합니다. 비결핵항산균은 결핵균의 사촌쯤 되는 균이지만, 결핵균과 달리 사람 간에 전염되지는 않습니다. 주로 흙이나 물, 먼지 등 우리 주변 환경 어디에나 존재하죠. 문제는 이 균이 아주 두껍고 질긴 세포벽을 가지고 있어, 웬만한 항생제에는 끄떡도 하지 않는 '독한 녀석'이라는 점입니다.
마치 두꺼운 갑옷을 입은 병사와 같아서, 이 갑옷을 뚫고 균을 완전히 없애기 위해서는 여러 종류의 항생제를, 그것도 아주 오랜 기간 동안 꾸준히 투여해야만 합니다. 1년 반에서 2년이라는 긴 치료 기간은 바로 이 지독한 균의 특성 때문입니다. 중간에 임의로 약을 중단하면, 살아남은 균들이 약에 대한 저항력(내성)을 키워 치료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야 합니다.
가장 흔한 불청객, 위장 장애와의 싸움
비결핵항산균 치료를 시작한 분들이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흔하게 겪는 어려움은 바로 '위장 장애'입니다. 속이 메슥거리고, 울렁거리며, 입맛이 뚝 떨어지는 증상이죠. 이는 우리 몸의 나쁜 균뿐만 아니라, 장 속에 살고 있는 좋은 균(유익균)들까지 항생제의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이 불편함을 줄이는 가장 좋은 해결책은 바로 '식후 즉시' 약을 복용하는 것입니다. 빈속에 약을 먹는 것은 위벽에 직접적인 자극을 줄 수 있으므로, 반드시 식사를 든든히 한 뒤에 바로 약을 챙겨 드세요. 또한, 프로바이오틱스(유산균)를 꾸준히 섭취하여 장내 유익균을 보충해 주는 것도, 약으로 인해 무너진 장내 환경의 균형을 되찾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시력, 청력, 간 기능... 놓치면 안 될 신호들
비결핵항산균 치료에 사용되는 일부 약물들은 드물지만 우리 몸의 다른 부분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시력과 청력의 변화, 그리고 간 기능의 저하입니다. 따라서 약을 먹는 동안에는 내 몸이 보내는 작은 신호에도 귀를 기울이는 세심한 관찰이 필요합니다.
치료에 사용되는 '에탐부톨'이라는 약은 시신경에 영향을 주어 시야가 흐려지거나 색깔을 구분하기 어려워지는 증상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또한, '아미카신'과 같은 주사제는 청력이나 균형 감각에 이상을 일으킬 수 있죠. 이 때문에 치료 중에는 정기적으로 안과와 이비인후과 검사를 병행하여 이상이 없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만약 평소와 다른 변화가 느껴진다면, 즉시 주치의에게 알려야 합니다.
햇볕 알레르기, 피부를 지켜라
일부 항생제는 우리 피부를 햇빛에 아주 민감하게 만드는 '광과민성'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평소에는 괜찮았는데, 약을 먹기 시작한 뒤로 햇볕에 잠깐만 노출되어도 피부가 쉽게 붉어지고, 가렵거나 발진이 생기는 현상입니다.
이를 예방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바로 '자외선 차단'입니다. 외출 시에는 반드시 챙이 넓은 모자나 긴 소매 옷을 착용하고, 자외선 차단제를 꼼꼼하게 바르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이는 단순히 피부를 보호하는 것을 넘어, 불필요한 부작용으로 인해 치료를 중단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중요한 관리 과정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 마음의 근육 키우기
2년이라는 시간은 결코 짧지 않습니다. 때로는 약의 부작용 때문에, 때로는 더딘 치료 과정에 지쳐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찾아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긴 싸움에서 승리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긍정적인 마음'과 '완치할 수 있다는 믿음'입니다.
나만 겪는 고통이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같은 질환을 앓고 있는 환우들과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소통하며 정보를 나누고 서로를 격려하는 것은, 이 외로운 싸움을 이겨내는 데 아주 큰 힘이 됩니다. 또한, 주치의를 믿고 불편한 점이 있을 때마다 솔직하게 상의하며 함께 해결책을 찾아 나가는 것이 길고 힘든 여정을 완주하는 가장 현명한 방법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비결핵항산균도 결핵처럼 다른 사람에게 전염되나요?
A. 아닙니다. 이것이 결핵과의 가장 큰 차이점입니다. 비결핵항산균은 사람 간 전파가 일어나지 않으므로,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과의 일상적인 생활(식사, 대화 등)을 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격리 치료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Q. 약 먹는 것을 자꾸 잊어버리는데, 어떻게 해야 하죠?
A. 매일 같은 시간에 약을 먹는 '규칙'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스마트폰 알람을 설정해두거나, 눈에 잘 띄는 곳에 약 달력을 만들어 매일 복용 여부를 체크하는 것이 좋은 방법입니다. 만약 약 먹는 것을 잊었다면, 생각난 즉시 복용하고 다음 복용 시간은 원래대로 지키면 됩니다. 절대 잊었다고 해서 다음 번에 두 배의 양을 한꺼번에 복용해서는 안 됩니다.
Q. 치료 중에 술을 마셔도 되나요?
A. 절대 안 됩니다. 비결핵항산균 치료에 사용되는 대부분의 약은 간에서 대사됩니다. 치료 중 음주를 하는 것은, 이미 약 때문에 힘들어하고 있는 간에 기름을 붓는 것과 같은 아주 위험한 행동입니다. 간 손상의 위험을 크게 높일 수 있으므로, 치료가 끝날 때까지 반드시 금주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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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정보 및 도움이 되는 자료
- 비결핵항산균 폐질환 [Nontuberculous mycobacteria, NTM] - 세브란스병원
장기간 항생제 복용으로 부작용 위험이 있어 꾸준한 추적 관찰과 함께 영양, 운동, 환경 관리가 중요합니다. - 비결핵항산균 폐질환 [Nontuberculous mycobacteria, NTM] -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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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약물 치료 필요성과 부작용 관리법 소개로 환자의 생활 습관 개선을 강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