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태어날 아기를 기다리며, 혹은 이미 꼬물거리는 작은 생명과 함께하며 ‘백일해’ 예방접종의 중요성에 대해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아기를 위해 꼭 맞아야 한다’는 말에 주사를 맞긴 했는데, 문득 이런 궁금증이 생깁니다. ‘이 주사 한 번이면, 내 몸의 방어막은 평생 유지되는 걸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안타깝게도 그 효과는 영원하지 않습니다. 백일해 예방접종은 한 번 구매로 끝나는 영구 소장품이 아니라, 주기적으로 갱신해야 하는 ‘면역 구독 서비스’와 같습니다.
‘어릴 때 다 맞았는데, 왜 또 맞아야 하는 거지?’ 하는 의문이 드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 이유는 우리 몸의 면역 시스템이 작동하는 방식에 숨어있습니다. 오늘 이 글은 당신의 몸속 방어막의 유효 기간이 왜 정해져 있는지, 그리고 소중한 우리 아기를 지키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가장 확실하고 명쾌한 설명서가 되어줄 것입니다.
유효기간이 있는 방패, 우리 몸의 면역력
예방접종의 원리는 우리 몸의 면역 세포에게 ‘나쁜 균(백일해균)이 이렇게 생겼으니, 다음에 보면 꼭 물리쳐줘!’ 하고 미리 범인의 얼굴을 알려주는 것과 같습니다. 주사를 맞고 나면, 우리 몸은 이 가짜 침입자에 대항하기 위한 ‘항체’라는 이름의 든든한 군대를 만들어냅니다. 이 군대가 바로 백일해균이 실제로 쳐들어왔을 때 우리를 지켜주는 방패가 되죠.
문제는, 이 든든했던 군대가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그 숫자와 힘이 약해진다는 점입니다. 한번 만들어진 방어 능력이 평생 유지되면 좋겠지만, 백일해에 대한 면역력은 안타깝게도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감소합니다. 즉, 방패의 유효기간이 다 되어가는 것이죠. 따라서 이 방어력을 다시 최상의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주기적인 ‘재훈련’, 즉 추가 접종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어른에게도 추가 접종이 필요한 이유
많은 분이 “저는 어릴 때 예방접종을 모두 마쳤는데요?”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아기 때 맞았던 접종으로 형성된 보호막은 대부분 성인이 되면서 그 효과가 거의 사라진 상태입니다. 이 때문에 어른들은 자신도 모르게 백일해균에 감염되어, 가벼운 기침만 하는 ‘보균자’가 될 수 있습니다.
어른에게는 그저 ‘오래가는 감기’ 정도로 지나갈 수 있지만, 문제는 아직 예방접종을 모두 마치지 못한 신생아에게 이 균을 옮길 수 있다는 점입니다. 면역력이 전혀 없는 아기에게 백일해는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아주 무서운 질병입니다. 따라서 어른들의 추가 접종은 나 자신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기 주변에 바이러스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튼튼한 ‘보호 울타리(코쿠닝 효과)’를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세 가지를 한번에, Tdap 백신이란?
성인이 백일해 예방을 위해 맞는 주사는 보통 ‘Tdap(티댑)’이라고 불립니다. Tdap은 하나의 주사로 세 가지 질병을 동시에 예방해 주는 아주 효율적인 백신입니다. T는 파상풍(Tetanus), d는 디프테리아(Diphtheria), 그리고 ap가 바로 우리가 막으려는 백일해(acellular Pertussis)를 의미합니다.
성인에게는 10년마다 파상풍과 디프테리아 예방을 위한 Td 백신 접종이 권장되는데, 이 중 한 번을 백일해가 포함된 Tdap으로 대체하여 접종하는 것입니다. 번거롭게 여러 번 주사를 맞을 필요 없이, 한 번의 접종으로 세 가지 위험으로부터 우리 몸과 우리 가족을 지킬 수 있는 셈입니다.
이 방어막을 위한 최적의 접종 시기
그렇다면 이 중요한 예방접종은 언제 맞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까요? 가장 중요한 대상은 바로 ‘임신부’입니다. 임신 27주에서 36주 사이에 Tdap을 접종하면, 엄마 몸에서 만들어진 항체가 탯줄을 통해 아기에게 그대로 전달됩니다. 덕분에 아기는 태어나자마자 백일해에 대한 기본적인 방어력을 갖춘 상태로 세상에 나올 수 있습니다.
임신부가 아니더라도, 아기와 함께 생활할 모든 가족 구성원은 Tdap 접종 대상입니다.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등 아기를 안아주고 돌봐줄 모든 어른이 아기를 만나기 최소 2주 전에는 접종을 마치는 것이 좋습니다. 이는 우리 모두가 아기를 위한 든든한 ‘인간 방패’가 되어주겠다는 가장 확실한 사랑의 표현입니다.
그래서, 방어 효과는 얼마나 유지될까요?
결론적으로, 성인이 맞는 Tdap 백신으로 형성된 백일해 항체의 지속 기간은 영구적이지 않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접종 후 약 5~10년이 지나면 방어 능력이 상당히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질병관리청에서는 모든 성인에게 10년마다 Td 백신(파상풍, 디프테리아) 추가 접종을 권고하고 있으며, 이 중 한 번은 Tdap으로 맞아 백일해 면역력을 보충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아이를 가질 계획이 있거나 주변에 신생아가 있다면, 10년이 되지 않았더라도 다시 한번 접종을 고려하는 것이 나와 우리 가족 모두의 건강을 지키는 가장 현명한 방법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Tdap 주사를 맞고 팔이 많이 아픈데, 괜찮은가요?
A. 네, 괜찮습니다. Tdap 백신은 다른 주사보다 접종 부위의 통증이나 붓기, 근육통, 가벼운 미열 등이 비교적 흔하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는 우리 몸이 정상적으로 면역 반응을 일으키고 있다는 신호이므로, 대부분 1~2일 내에 자연스럽게 사라집니다.
Q. 과거에 백일해를 앓았는데도 주사를 맞아야 하나요?
A. 네, 맞는 것을 권장합니다. 백일해를 직접 앓고 난 뒤에 생기는 자연 면역 역시 예방접종과 마찬가지로 시간이 지나면서 약해질 수 있습니다. 안전한 방어력 유지를 위해 추가 접종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Q. 백일해 주사는 어디서 맞을 수 있나요?
A. 가까운 내과, 가정의학과, 산부인과 등 대부분의 병의원에서 접종이 가능합니다. 방문 전 미리 전화로 Tdap 백신 접종 가능 여부를 확인하고 방문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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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해 백신 예방효과는 3년 후 절반, 5년 후 30% 수준으로 떨어져 정기 재접종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