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몇 년 전, 전 세계를 휩쓸었던 ‘아이스버킷 챌린지’를 기억하시나요? 많은 사람들이 차가운 얼음물을 뒤집어쓰며, 바로 이 ‘루게릭병’ 환자들의 고통을 잠시나마 체험하고 그들을 응원했습니다. 우리는 이 캠페인을 통해 병의 이름은 익숙해졌지만, 여전히 루게릭병은 우리에게 두렵고 막연한 질병으로 남아있습니다. 천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이 평생 싸워온 병, 그저 몸이 서서히 굳어가는 병 정도로만 알고 있지는 않으신가요?
만약 이 병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이나 잘못된 정보를 가지고 계셨다면, 이 글을 통해 몇 가지 중요한 오해를 바로잡고 정확한 진실과 마주하시길 바랍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루게릭병은 근육 자체가 병드는 것이 아니라, 근육을 움직이라고 명령하는 ‘뇌의 신경 세포’가 선택적으로 파괴되는 질환입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진실은, 움직일 수 없는 몸 안에 마지막 순간까지도 명석한 정신과 모든 감각은 그대로 살아있다는 것입니다.
뇌의 명령이 전달되지 않는 병


루게릭병의 정식 명칭은 ‘근위축성 측삭경화증(ALS)’입니다. 이름이 너무 어렵죠? 아주 쉽게 비유하자면, 우리 몸은 하나의 큰 회사와 같습니다. 뇌는 모든 것을 지시하는 ‘사장님’이고, 근육은 직접 일을 하는 ‘직원’입니다. 그리고 이 둘 사이에서 사장님의 명령을 직원에게 전달하는 ‘중간 관리자’가 바로 ‘운동신경세포’입니다.
루게릭병은 바로 이 ‘중간 관리자’인 운동신경세포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점차 사라져가는 병입니다. 사장님(뇌)은 팔을 들어 올리라고 분명히 명령을 내리지만, 그 명령을 전달할 중간 관리자가 없으니 직원(근육)은 아무런 지시를 받지 못하고 가만히 있게 되는 것이죠. 일을 하지 않는 근육은 자연스럽게 힘이 빠지고 가늘어지게 됩니다.
단순한 힘 빠짐과는 다른 초기 신호


많은 분들이 ‘나도 요즘 팔에 힘이 없는데 혹시?’ 하며 걱정하시지만, 루게릭병의 초기 증상은 단순한 피로감과는 다릅니다. 보통 아주 사소하고 비대칭적인 불편함에서 시작됩니다. 예를 들어, 한쪽 손에만 힘이 빠져 젓가락질이 힘들어지거나, 글씨 쓰기가 어색해집니다. 혹은 특별한 이유 없이 말이 어눌해지거나, 음식을 삼킬 때 자꾸 사레가 들리는 증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러한 증상들은 우리 몸의 특정 부위를 담당하던 운동신경세포가 가장 먼저 파괴되기 시작했다는 신호입니다. 만약 이러한 불편함이 일시적이지 않고 몇 주 이상에 걸쳐 서서히, 그리고 명백하게 나빠지는 양상을 보인다면, 주저하지 말고 신경과를 방문하여 정확한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오해 1: 전염되거나 무조건 유전될까?


루게릭병에 대한 가장 큰 오해 중 하나는 바로 전염성에 대한 막연한 공포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루게릭병은 감기처럼 다른 사람에게 옮거나 접촉을 통해 전염되는 질병이 절대 아닙니다. 환자와 함께 생활하거나 식사를 하는 등 일상적인 접촉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으므로 안심하셔도 괜찮습니다.
유전에 대한 걱정도 많으실 텐데요, 전체 루게릭병 환자의 약 90~95%는 가족력과 전혀 관계없이 산발적으로 발생합니다. 오직 5~10% 정도만이 가족성(유전성) 루게릭병으로 진단됩니다. 따라서 이 병은 ‘무조건 유전되는 병’이 아니라, ‘대부분은 유전과 관련이 없는 병’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정확합니다.
오해 2: 생각과 감각도 함께 멈출까?


아마도 이 병에 대한 가장 슬프고도 중요한 진실일 것입니다. 루게릭병은 우리 몸의 ‘운동신경’만을 선택적으로 공격합니다. 즉, 보고(시각), 듣고(청각), 냄새 맡고(후각), 맛보고(미각), 느끼는(촉각) 오감 신경에는 전혀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생각하고, 기억하고, 슬픔과 기쁨을 느끼는 모든 정신 활동과 지적 능력 역시 마지막까지 온전하게 유지된다는 점입니다. 환자는 모든 것을 느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단지 그것을 표현할 몸을 잃어버리는 것입니다. 이는 마치 ‘투명한 감옥에 갇힌 의식’과도 같습니다. 이 사실을 이해하는 것이 환자와 소통하고 그들의 존엄성을 지켜주는 가장 중요한 첫걸음입니다.
절망 속에서 피어나는 희망


안타깝게도 아직 루게릭병의 진행을 완전히 멈추거나, 이미 파괴된 신경세포를 되살릴 수 있는 완치제는 개발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아무런 치료법이 없다는 의미는 결코 아닙니다.
현재 병의 진행 속도를 늦추는 것으로 입증된 약물 치료가 있으며, 호흡 재활, 언어 재활, 물리 치료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고 삶의 질을 최대한 높일 수 있습니다. 또한, 안구 마우스와 같은 보조 공학 기기의 발달로 환자들은 움직일 수 없는 몸으로도 세상과 소통을 이어나갈 수 있습니다. 전 세계의 수많은 연구자들이 이 병의 원인을 밝히고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하기 위해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루게릭병은 어떻게 진단하나요?
A. 루게릭병은 혈액 검사나 MRI 한 번으로 간단하게 진단할 수 있는 병이 아닙니다.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다른 모든 질환(목 디스크, 척수 종양 등)의 가능성을 하나씩 배제해 나가는 복잡한 과정을 거칩니다. 주로 근전도 검사(EMG), 신경전도 검사(NCS), 뇌척수액 검사 등 다양한 검사 결과를 종합하여 신경과 전문의가 최종적으로 진단하게 됩니다.
Q. 그냥 근육이 떨리는 것도 루게릭병의 증상인가요?
A. 눈꺼풀이나 팔다리 근육이 파르르 떨리는 ‘근육 떨림(섬유속성연축)’은 루게릭병의 증상 중 하나일 수 있지만, 이것만으로 병을 의심하기는 어렵습니다. 피로나 스트레스, 카페인 과다 섭취 등으로 인해 건강한 사람에게도 매우 흔하게 나타나는 증상입니다. 근육의 위축이나 실질적인 근력 저하가 동반되지 않는 단순한 근육 떨림은 대부분 양성 증상이므로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Q. 아이스버킷 챌린지는 정말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었나요?
A. 네, 엄청난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 캠페인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막대한 기부금이 모였고, 이는 루게릭병의 원인을 밝히는 유전자 연구 등 다양한 연구에 투입되어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무엇보다 이 병에 대한 사회적 무관심을 깨우고, 환자와 가족들에게 큰 희망과 응원을 보내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매우 큽니다.
파킨슨병과 다른 루게릭병, 떨림과 근육 위축의 결정적 차이
파킨슨병과 다른 루게릭병, 떨림과 근육 위축의 결정적 차이
손이 떨리고 몸이 둔해지는 증상이 나타나면, 우리는 으레 '파킨슨병'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우리 몸의 움직임에 문제를 일으키는 퇴행성 뇌 질환에는 파킨슨병만큼이나 무섭지만, 훨씬 더 잔인
tas.sstory.kr
추가 정보 및 도움이 되는 자료
- 루게릭병[amyotrophic lateral sclerosis] | 서울대학교병원
루게릭병은 정확한 원인은 미확인이나 5~10% 가족성, 유전적 돌연변이 연관, 나머진 산발성으로 환경독소 등 여러 가설이 있다. - 고객참여 > 루게릭병과 근육병 비슷하지만 전혀 달라요 | 국립중앙의료원
루게릭병은 척수 내 운동신경 세포의 퇴행성 질환으로 근육병과 달리 신경세포 이상이 원인이다. - 루게릭병, 치료제보다 급한 것은… 적절한 돌봄·존엄 위하는 사회 | 헬스조선
다양한 유전 및 환경적 요인이 복합 작용해 발병하며, 진행 억제 치료제는 있으나 완치는 아직 어렵다. - 루게릭병의 원인과 치료ㅣ건강플러스 - 유튜브
루게릭병은 유전적 요인 일부, 흥분독성 등 여러 가설 있으며, 초기 증상은 근력 약화부터 시작한다. - 루게릭병, 말초신경 손상이 원인? - 사이언스타임즈
말초신경 손상이 척수로 퍼지며 루게릭병 유발 가능성 제시되나, 실제 원인은 여전히 불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