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시간 비행기를 타거나, 오랫동안 병상에 누워있던 후 한쪽 다리가 유독 퉁퉁 붓고 아팠던 경험이 있으신가요? 우리는 보통 "오래 앉아있어서 혈액순환이 안 됐나 보다" 하고 가볍게 생각하며 다리를 주무르곤 합니다.
하지만 이 평범해 보이는 다리 부종이, 사실은 우리 몸속 깊은 곳에 숨어있는 '시한폭탄'이 보내는 위험 신호일 수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특별한 이유 없이 한쪽 다리만 붓고 아픈 증상은 '심부정맥 혈전증'이라는,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는 응급 질환의 가장 대표적인 초기 신호입니다. 오늘, 여러분이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우리 몸의 경고등 5가지를 알려드리겠습니다.
혈관 속에 생긴 '피떡', 혈전
먼저 심부정맥 혈전증이 어떤 병인지 아주 간단하게 알아볼까요? 우리 다리에는 피부 가까이 위치한 '표재 정맥'과, 근육 깊은 곳에 있는 '심부 정맥'이라는 두 종류의 혈관이 있습니다. 이 중 더 중요하고 굵은 혈관인 심부 정맥 안에, 젤리 같은 '피떡(혈전)'이 생겨 혈관을 막아버리는 병이 바로 심부정맥 혈전증입니다.
마치 깨끗했던 하수구에 이물질이 쌓여 물이 잘 내려가지 않는 것처럼, 다리에서 심장으로 돌아가야 할 혈액이 피떡 때문에 제대로 흐르지 못하고 아래쪽에 고이게 됩니다. 이 '혈액 정체 현상'이 바로 다리가 붓고 아픈 모든 문제의 시작점입니다.
초기 신호 1: 유독 '한쪽' 다리만 붓는다
심부정맥 혈전증을 가장 강력하게 암시하는 첫 번째 단서는 바로 '비대칭적인 부종'입니다. 우리가 피곤하거나 짜게 먹어서 다리가 붓는 경우는 보통 양쪽 다리가 비슷하게 붓습니다. 하지만 이 질환은 피떡이 생긴 '한쪽' 다리에서만 혈액순환에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유독 그쪽 다리만 눈에 띄게 붓는 것이 특징입니다.
특히 종아리 둘레를 재보았을 때 양쪽의 차이가 2~3cm 이상 나거나, 부은 쪽 다리를 손가락으로 꾹 눌렀다 떼었을 때 자국이 한참 동안 움푹 남아있다면 더욱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이유 없이 한쪽 다리만 붓는 증상은, 다른 무엇보다 먼저 이 질환을 의심해봐야 하는 가장 중요한 신호입니다.
초기 신호 2: 걷거나 서 있을 때 심해지는 '통증'
두 번째 특징은 붓기와 함께 나타나는 '통증'입니다. 피떡이 혈관을 막아 혈액이 고이면서 내부 압력이 높아져, 종아리가 터질 듯이 팽팽해지거나 묵직하고 쑤시는 듯한 통증이 느껴집니다. 이 통증은 가만히 있을 때보다 걷거나 서 있을 때 더 심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또한, 발목을 위로 젖혔을 때(발등 쪽으로 당길 때) 종아리 근육에 심한 통증이 느껴지는 '호만스 징후(Homan's sign)'가 나타나기도 합니다. 단순한 근육통으로 오인하기 쉽지만, 붓기와 함께 이런 종류의 통증이 나타난다면 혈관의 문제일 가능성을 반드시 고려해야 합니다.
초기 신호 3: 피부색이 변하고 '열감'이 느껴진다
혈액이 제대로 순환하지 못하고 한곳에 정체되면, 피부에도 이상 신호가 나타납니다. 혈액이 고여있는 부위의 피부가 붉거나 푸르스름하게 변색될 수 있습니다. 마치 심하게 멍이 든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또한, 염증 반응으로 인해 붓고 아픈 부위를 만져보면 주변 피부보다 따끈따끈한 '열감'이 느껴지는 것이 특징입니다. 피부 아래 혈관이 튀어나와 보이거나, 단단하게 만져지기도 합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피부의 변화는, 혈관 속에서 심각한 정체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시각적인 경고등입니다.
진짜 위험, 시한폭탄이 날아간다! (폐색전증)
"다리가 좀 붓고 아픈 게 뭐 그리 대수냐"고 생각하셨다면, 지금부터가 진짜 중요한 이야기입니다. 심부정맥 혈전증이 정말 무서운 이유는, 다리의 통증 때문이 아니라 이 '피떡'이 혈관을 타고 날아가 더 중요한 장기를 막아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다리에 있던 피떡의 일부가 떨어져 나와 혈액을 타고 심장을 거쳐 '폐동맥'을 막아버리면, 갑작스러운 호흡 곤란과 가슴 통증을 일으키며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초응급 질환, '폐색전증'이 발생합니다. 이것이 바로 다리의 작은 신호를 절대 무시해서는 안 되는, 이 병의 가장 무서운 얼굴입니다.
초기 신호 5: 갑작스러운 '호흡 곤란'과 '가슴 통증'
만약 다리의 붓기와 통증을 겪던 중, 갑자기 숨이 차고 가슴에 날카로운 통증이 느껴진다면, 이는 떨어져 나간 피떡이 폐 혈관을 막았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가장 위험한 신호입니다. 숨을 들이쉴 때 통증이 더 심해지거나, 피가 섞인 기침, 혹은 어지럼증과 함께 실신하는 증상이 동반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1분 1초를 다투는 응급 상황입니다. "좀 쉬면 괜찮아지겠지" 하고 절대 지체해서는 안 되며, 즉시 119에 연락하여 응급실로 가야만 소중한 생명을 지킬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심부정맥 혈전증은 왜 생기나요?
A. 크게 세 가지 원인이 있습니다. 첫째, 장시간 비행이나 수술 후 입원처럼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아 혈액의 흐름이 느려지는 '혈류 정체'. 둘째, 흡연이나 탈수 등으로 인해 피가 끈적해지는 '과응고 상태'. 셋째, 외상이나 수술로 인해 혈관 벽이 손상되는 경우입니다.
Q. 어떤 병원으로 가야 하나요?
A. 혈관 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혈관외과'나 '순환기내과'를 방문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응급 상황일 경우에는 즉시 가까운 병원 응급실로 가야 합니다.
Q. 치료는 어떻게 하나요?
A. 주된 치료는 피가 굳는 것을 막아주는 '항응고제'를 복용하거나 주사하는 약물 치료입니다. 이를 통해 더 이상 피떡이 커지는 것을 막고, 우리 몸이 스스로 피떡을 녹일 수 있도록 돕습니다. 심한 경우, 혈관에 직접 관을 넣어 피떡을 녹이거나 제거하는 시술을 하기도 합니다.
추가 정보 및 도움이 되는 자료
- 혈전 생기면 나타나는 이상 증상 7 - 코메디닷컴
심부정맥혈전증 초기 증상으로는 종아리 통증, 극심한 피로감, 호흡 곤란, 가슴 통증 등이 있습니다. - 심부정맥혈전증 [Deep vein thrombosis] | 건강정보 - 세브란스병원
증상은 주로 한쪽 다리에 통증, 부종, 열감, 피부색 변화가 나타나며 폐색전증으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 "혈전"으로 사망까지… 2주 안에 잡아야 - 헬스조선
심부정맥혈전증은 다리 붓기, 통증, 발열 등을 동반하며 빠른 진단과 치료가 생명과 직결됩니다. - 심부 정맥 혈전증 - 국가건강정보포털 - 질병관리청
다리의 붓기와 통증이 점진적으로 심해지고 치료하지 않으면 폐로 혈전이 이동할 위험이 있습니다. - [심부정맥혈전증] 암 환자라면 알아둬야 할 - 유튜브
갑자기 붓고 시리고 저리는 다리 증상은 긴급 진료가 필요한 심부정맥혈전증일 수 있습니다.